[넷플릭스] 러시아 인형처럼, 타임 루프와 다중 우주론의 영리한 조화

제작: 레슬리 헤드랜드, 나타샤 리온, 에이미 폴러

장르: 드라마, 코미디

관람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공개: 2019.02.01(시즌 1) /2022.04.20(시즌 2)

채널: 넷플릭스

 

줄거리: 코미디라는 장르에 가린 미스테리

주인공 나디아의 36살 생일파티 현장, 나디아는 파티장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 친구인 맥스와 리지가 만들고 조립했다는 특이한 권총 모양의 손잡이를 열고 나온 나디아는 파티에서 이혼남 마이크를 만나 함께 밤을 보내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온다. 건물 앞에서 돈을 구걸하는 노숙인을 보고 왠지 낯이 익은 느낌을 받지만 곧장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자리를 떠납니다. 그후 마이크와 함께 편의점 '델리'에 들른 나디아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선반의 물건들을 떨구는 어떤 남자를 발견하지만 만취한 그를 도와주려다 말고 마이크와 편의점을 떠난다. 마이크와 함께 나왔지만 결국 그와 밤을 보내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작업물, 게임 소프트웨어 작업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담배가 다 떨어져 담배를 사러 거리로 나온 나디아는 자신이 편의점 '델리'를 중심 지역으로 삼고 돌봐주는 길고양이 '오트밀'을 발견하고 달려가다 택시에 치여 죽습니다. 그렇게 고양이도 놓치고 사망한 나디아는 자신의 생일 파티장 화장실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정신을 차립니다.

 

자신이 당일에 겪은 그 모습 그대로 행동하는 친구들을 보고 혼란스러운 나디아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 '존'에게 자신이 겪은 죽음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존과 함께 자신의 고양이 '오트밀'을 찾는 데에 성공하지만 존과 다투고 공원에서 오트밀을 안고 있던 나디아는 품속의 고양이가 갑자기 사라지고 앉아 있던 난간에서 떨어져 익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 화장실입니다. 나디아는 그 후 자신이 계속해서 죽고, 자신의 파티에서 눈뜨는지 알아내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조사합니다.

 

그녀의 반복되는 생애는 결국 자신의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과 이별 이후의 상처때문임을 스스로 깨닫고 극복하면서 그 반복을 멈출 수 있게 됩니다. 그 멈춤의 끝이 드디어 맞이한 죽음일지, 리셋(reset)된 후 다시 삶을 시작하는지 그 끝은 직접 확인하시길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왜 제목이 '러시아 인형처럼'인가

제목의 러시아 인형은 마트료시카(Matryoshka doll)를 말합니다. 마트료시카는 인형의 몸체가 상·하로 분리되고, 인형 안에 크기가 더 작은 인형이 3~5개 반복되어 들어 있는 구조입니다. 크기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성별이나 모습 등 이전의 인형과 전혀 다른 모양의 인형들이 반복되어 들어있습니다. 마트료시카에 대해 검색하여 알게 된 후 이 드라마의 제목이 얼마나 영리한가 깨달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나디아와 앨런은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나머지 한 명도 필연적으로 같은 순간에 죽는 굴레에 갇혔습니다. 계속해서 되살아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건 이전과 같은 날이 아닙니다. 냉장고 속의 과일들이 다 썩었지만 그 속은 아직 멀쩡한 과일의 모습을 하고 있다던가, 원래 키우고 있던 물고기가 사라지고 빈 어항만 남아있다던가 하는 묘하게 비틀린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이건 마치 마트료시카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인형의 안에 또 인형이 반복되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인형들은 모두 다른 인형인 그 모습 말입니다.

 

이런 구조는 위에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단순한 타임 루프가 아니라 우리가 마블 코믹스를 통해 친숙해진 멀티버스(다중 우주론)과 새롭게 조합한 구조입니다. 주인공이 타임 루프를 경험하지만 그 안에서 일종의 버그(bug)를 해결함으로써 자신의 유니버스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마블 코믹스의 방식과는 다른 다중 우주를 경험하니 너무 새로웠습니다. 시즌 2로 마무리되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늘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생각도 함께 들어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나타샤 리온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더 유명한데, 그보다 작품성으로 더 알려지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합니다. 개인적인 취향을 정말 저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