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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스즈메의 문단속: 개인 감상평이므로,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재미없습니다.

by 우당탕탕_ 2023. 4. 4.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개봉: 2023.03.08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애니메이션
러닝타임: 122분
배급: (주)쇼박스

 

※ 줄거리 소개 없이 개인 소감만으로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작화와 연출, 부족한 심리 묘사

신카이 마코토라는 뛰어난 애니메이터답게 재난에 대한 이미지, 풍경을 보여주는 작화는 이번에도 매우 좋았습니다. 스즈메가 처음으로 미미즈의 통로가 되는 문을 발견하고 그 문의 뒷 편인 사후 세계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 '작화'가 전부입니다. 스토리, 인물 심리 묘사는 역시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신카이 마코토 답게 개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이런 스토리 개연성 부족 문제는 날씨의 아이에서도 지적받았던 부분인데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비슷한 작품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전 작품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꾸준히 사용했던 'boy meets girl' 구도를 'girl meets boy'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너의 이름은에서 본다면 신화적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남자 주인공이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시공간을 초월해 여자 주인공과 몸이 바뀌면서 내면의 갈등 혹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장 과정을 그리는 설정입니다. 이런 구조적 설정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설정으로써, 조금 과장해서 모든 작품이 그렇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구도를 반전시켜 주인공을 여학생으로 설정했습니다. 그 이후 스토리의 진행은 역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겪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그 과정은 신화적 존재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역시 주인공은 청소년이며, 연애 감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면의 성장(회복)이 물론 주된 내용이지만,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극의 서사에 대한 개인적인 문제점

이번 작품은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 중 가장 최신 작품으로써 역시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재난을 겪은 주인공 스즈메는 삶에 대한 애착도 없고, 엄마를 잃은 상실감으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주인공이 다시 삶에 대한 욕구를 갖게 되고 재난을 막기 위해 재난이 쏟아져 나오는 문을 막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노력이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스즈메의 노력이란 본인의 실수로 풀려난 묘석 다이진을 다시 재자리에 돌려놓는 것입니다. 재난을 막는 묘석으로 존재할 땐 하나의 돌 조각상이었으나, 풀려난 순간 다이진은 고양이 모습으로 자의식을 갖고 사람의 말로 소통이 가능한 존재가 됩니다. 다이진은 묘책을 부려 남자 주인공 소타를 의자의 모습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묘석의 부재로 재난(극중 미미즈)가 계속 생겨나자 스즈메는 소타를 묘석으로 세웁니다. 그리고 다시 소타를 구하기 위해 스즈메가 한 선택은 다이진을 재자리에 돌려놓는 것입니다. 본인의 잘못으로 다이진, 소타 모두 고통을 겪었는데 스즈메는 끝까지 다이진을 탓합니다. 왜 소타를 희생시켰느냐고 고함지르고 원망합니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고 죽음이 두렵지 않다던 스즈메는 결정적인 순간에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다이진은 물론 신화적 존재로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도망친 존재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묘사하는 다이진은 그저 사랑을 갈구하는 하나의 생명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한 장소에 얽매이고 싶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며 사랑받고 싶은 것은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심리 묘사라고 한다면 스즈메보다 다이진이 더 직접적이고 솔직합니다. 자신을 구속에서 풀어준 스즈메의 애정을 갈구하고 스즈메와 함께 하기 위해서 본인의 자리에 소타를 세우도록 스즈메를 종용하는 모습은 본인의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어린 아이와 비슷합니다. 그 반면, 스즈메는 재난 피해자이며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마지막 반전으로 어린 시절 사후 세계에서 소타를 이미 한 번 만났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서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지 못한 상태로 극을 감상한 관객은 스즈메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고 상처의 회복 시점과 이유 또한 납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이 실망스러운 이유

아래는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모두 옳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두 번 영화관에 가서 가볍게 영화를 즐기는 사람일 뿐입니다. 문화, 역사, 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부족한 사람이니 그냥 저 같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고 지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품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과 같은 작품을 꽤 좋아했는데 '너의 이름은' 작품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회복을 주제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캐릭터만 바꿨을 뿐, 주제와 구성이 너무 유사한 작품의 재사용이라는 느낌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가 부족한 주제 의식, 창의력 부족 등의 문제로 관객들이 떠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두 편(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성공이 작품성이 좋아서라고 잘못 해석될까 우려됩니다. 물론 작품성이 없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원작에 대한 팬심,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에 대한 특성도 일부 작용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을 감상한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선택할 때 주저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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