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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작품

by 우당탕탕_ 2023. 1. 2.

감독: 라이언 존슨

출시일: 2022.12.23

장르: 범죄, 스릴러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2시간 19분

채널: 넷플릭스

해석이 필요없는데, 해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이상한 영화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추리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저도 전편과 후속편 모두 추리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추리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영화 속 속임수가 굉장히 단순하고, 많은 정보를 뿌려 관객을 현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정보들을 소거하면 범인의 속임수를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선 제목의 '글래스 어니언'의 뜻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해석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제목이기 때문입니다. 라이언 존슨은 '유리(glass)'가 들어가는 제목을 짓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글에 유리(glass)를 검색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비틀즈의 노래 'glass onion'이 가장 먼저 검색된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글래스 어니언이 됐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제목이 잘 맞아떨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비틀즈의 글래스 어니언 또한 해석이 안 되는 노래라는 점입니다. 존 레넌은 팬들과 평론가들의 과도한 노래 해석에 염증을 느껴 자신들의 노래 제목과 가사들을 아무 의미 없이 엮어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존 레넌의 의도는 모순되게도 노래를 해석해야만 해석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이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처럼 말입니다.

 

탐정인 브누아 블랑은 사건 해결 과정에서 범인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큰 실수를 범합니다. 대단한 탐정인 그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그 정보는 영화 초반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사건이 없어 한량처럼 쉬고 있던 그는 모바일로 어몽어스 같은 추리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패배였습니다. 그는 클루나 낱말 퍼즐 같은 단순한 게임에는 쥐약입니다. 그는 남들은 생각하지 않는 숨겨진 의미까지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사건을 더 복잡하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이 자신의 눈앞에서 대범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어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관객은 영화 초반부터 브누아 블랑의 입장에서 영화를 전망하기 때문에 영화 속 속임수가 복잡할 것이라고 어림짐작하게 됩니다. 일례로, 마일스의 섬에 머무르는 '데롤'은 극 중에 친구들 앞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만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역할입니다. 하지만 관객은 데롤이 어떤 핵심 역할을 하는 장치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염두에 두는 것입니다. 사건이 복잡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죠.

그 외 재미있었던 요소들

글래스 어니언에는 다수의 카메오가 출연했다는 점도 재밌었습니다. 저는 다 아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제가 관람하면서 알아보았던 카메오 몇 명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일스의 섬으로 들어가기 전 선착장에서 수상한 백신을 맞히는 인물은 '에단 호크'였습니다. 중학교 과학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영화 '가타카'의 빈센트 프리맨을 다시 보니 반가웠습니다. 에단 호크의 카메오 출연 소식은 이미 촬영 장면이 유출되어 알고 있었기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모습이 많이 변해서 미리 알지 못했다면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그리고 블랑의 동거인 '필립' 역할의 휴 그랜트와 전편에도 출연했던 노아 시건은 마일로 섬의 부랑자, 데롤로 출연합니다. '이 사람이 겨우 카메오로 출연한다고?' 하는 놀라움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점은 분명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가 섞여 있었음에도 전혀 거부감이 없고 재밌었다는 점입니다. 우선 위에서 언급했던 블랑의 동거인 '필립'은 남자입니다. 이를 통해 블랑이 동성애자임을 추측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부분을 굳이 대사나 자세한 상황 묘사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흑인 여성 '앤디'의 아이디어를 백인 남성 '마일스'가 훔치지만 이후 훔친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다른 친구들의 역할도 뜯어본다면, 과학자인 '라이오넬'은 흑인이고 '클레어'는 여성 정치인입니다. PC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최근 디즈니의 PC 강요에 염증을 느끼는 중이었습니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아이언 하트는 흑인 여성이었습니다. 물론 흑인 여성 히어로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아이언맨3에서 차기 아이언맨으로 암시된 백인 남자아이가 있었고 이후 아이언맨 장례식에도 등장시켜 팬들은 이 배우가 차기 아이언맨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예상을 깨고 2016년 코믹스에서 새롭게 '아이언 하트'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영화에서 신규 캐릭터 등장을 위한 설계를 완전히 뒤엎어버립니다. 정치 사회적 의미를 영화에 반영하고 싶다면,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재미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재미는 마일스와 앤디가 함께 창업한 회사의 이름인 '알파'입니다. 회사의 이름은 알파이지만, 회사의 로고는 '오메가'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극의 곳곳에 오메가가 등장합니다. 알파와 오메가는 그리스 알파벳의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글자입니다. 마일스의 흥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유적 표현이지만 스스로 발견한 단서라서, 문제를 하나 해결한 것 같은 재미가 있었습니다.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은 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2편이 이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유머를 갖추었다면, 최종편은 얼마나 재밌을지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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